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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SD, 예전에 쓰다 말고 10여 년 흘러버린 글. 김수겸 팬 주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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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 주인공 강백호는 이름을 알기 전에 적이라고 판단한 상대방은 별명으로 부르는 습성이 있다.

대충 정리해 보면,

이러하다. 다만, 표에 같이 정리했어도 얼굴보다 이름을 먼저 안 서태웅은 예외에 속하고, 정대만은 체육관 습격 사건 이후, (머리를 자르면서 별명의 속성이 없어지기도 했지만) 강백호가 자기 사람이라고 판단하면서 호칭을 바꾸었다.

강백호가 적을 별명으로 부르는 이유는 싸움꾼 시절의 잔재라는 설이 제일 그럴싸한데, 예의 바르게 자기 소개한 뒤 치고받을 리는 없으니 싸우면서 파악한 특징을 곧이곧대로 부르며 기선을 제압하지 않았을까.

그런 까닭에 강백호는
① 위아래 구분하지 않고
② 눈에 보이는 직관적인 특징(얼굴, 헤어스타일, 안경 등)을
③ 예의 없이
부른다.

듣는 당사자는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지만(ex 이정환), 듣고 보면 묘하게 납득하게 되는 특징을 본능적으로 찾아낸다.

다만, 강백호가 김수겸에게 붙인 별명은 이러한 특징에서 유일하게 벗어나는데,

강백호는 김수겸을 얼굴, 머리 모양, 안경 같은 '외모'와 관련된 별명이 아니라 직관적인 상황, 즉 '지위'에 기인한 별명으로 불렀다.

즉, 김수겸은 외모에서는 기선 제압용으로 꼬집을 만한 약점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미남이라는 뜻이라고, 제멋대로 생각 중. 반대로 말하면 흠 잡을 데 없는 정석 미남이라서 특별한 개성이 없다는 말이 되기도 하겠다.

김수겸의 곱상한 얼굴을 놀림조로 말할 법도 하지만, 잘생긴 정대만을 머리가 길다고 '계집애 같은 놈'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강백호가 외모에서 여성스럽다고 여기는 부분은 긴 머리카락이지 예쁘장한 얼굴이 아니다.

한 가지 더, 원어 기준 강백호가 별명에 군(君)’을 붙여서 저 나름대로 정중하게 부르는 사람이 두 명 있는데, 쇼호쿠(북산)에서 '당근과 채찍'의 당근 역할을 맡고 있는 권준호와 어째서인지 김수겸이다.

사실 1학년이 3학년한테 'ㅇㅇ군'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몹시 무례한 일이지만, 강백호의 평소 언행을 생각하면 '군'이라도 붙이는 게 예의 바른 축에 속하는 편. 번역판에서는 권준호의 별명을 '안경 선배'라고 번역하면서 한결 더 공손해 보이게 되었지만……. (참고로 원어 버전에서 채소연이 강백호나 서태웅을 부를 때 '성'에 君을 붙여서 '사쿠라기군'이나 '루카와군'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적당한 거리감이 있는 동갑이나 연하에게 쓰는 표현이다)

강백호와 김수겸은 원작에서 마주한 장면 자체가 워낙 적으니 TV 판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스토리도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원작 '상양vs북산'에서는 '후보'와 '후보군'을 겸용하지만, TV 판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스토리(상양+능남 vs 북산)에서 만났을 때는 쭉 '후보군'이라고 부른다. 

강백호에게 김수겸은
· 벤치에 있다가 시합 도중에 들어온 후보 선수
· 자기 팀에게 진 팀의 후보 선수
일 뿐인데, 왜 후보'군'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첫 번째 이유는 강백호가 김수겸을 권준호만큼 자신에게 무해한 사람이라고 인식했기 때문 - 즉 김수겸에 대한 호감도가 처음 '후보'라고 불렀을 때보다 올라갔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김수겸의 기가 강백호에게 지지 않을 만큼 세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거리감을 느낀다고. 앳되디앳된 예쁜 얼굴로 서열 확실한 학교에서 창단 첫 1학년짜리 스타팅 멤버. 심지어 코트 위 함께 뛰는 선배들을 컨트롤해야 하는 역할인 포인트가드, 기가 안 세려야 안 셀 수가 없는데…….게다가 현재는 백 명이 넘는 부원을 통솔해야 하는 감독까지 맡고 있는 중. 

두 가지 이유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 바로 '상양vs북산' 전에서 강백호가 김수겸에게 인텐셔널 파울을 했을 때이다.

벤치에서 '냉정'한 척 가장하고 있던 김수겸은 코트 안에 들어오자마자 북산에게 4강은 아직 이르다며, 북산을 도발하지만ㅡ 강백호가 인텐셔널 파울을 했을 때는 오히려 너그러운 태도를 보인다.

 "선수겸 감독인 김수겸은 벤치에서는 감독이다. 감정을 억제하고 냉정해야만 한다. 녀석은 코트에 나왔을 때만 감독이란 중책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선수로서의 녀석은 냉정함과는 거리가 멀지." by 이정환

강백호의 인텐셔널 파울 후, 피해 당사자인 김수겸은 자신을 대신하여 강백호에게 화를 내는 상양 선수들을 말리는데, 상대방의 러프플레이 때문에 경기장 밖으로 실려 나가 이마도 꿰매야 했던 김수겸으로서는 이쯤이야 뭐… 느낌 ㅋㅋ 오히려 강백호 덕분에 1점 더 얻을 수 있어서 고맙다고 생각할 것 같기도 하다. 만화적 설정이긴 해도, 이때 김수겸과 송태섭이 안 다친 게 천만다행.

확실히, '후보'라는 호칭에도 발끈하지 않으며 자신을 다치게 했던 남훈에 관해서도 '승리에 대한 풍전의 집념'이라고 평가한 걸 보면, 승패나 자신의 부상과 상관없이, 시합 중 일어나는 일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인 듯 대범하다.

김수겸 전설의 윙크 장면을 남겨 줘서 백호에게는 고마울 따름

이 장면에서 별 관심 없던 후보 선수 김수겸에 대한 강백호의 호감도가 수직으로 상승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쭉 '후보군'. 안경군을 안경 선배라고 번역했으니, 후보군도 후보 선배ㅡ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언어 차이 때문에 맛깔나게 살리기 쉽지 않다. ㅜㅜ

이러한 김수겸의 태도는 강백호가 농구선수로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밑거름이 되는데, 그동안 경기 중에도 사사로운 일에 격분하기 일쑤이던 강백호는 SD 마지막 경기인 '산왕vs북산'전에서 거칠게 파울하고 사과하는 신현필에게 '시합 중에 일어난 일이니까 미안해할 필요 없다'와 같은 말을 할 만큼 성장한다.

+

경쟁 상대더라도 얼굴보다 이름을 먼저 인식한 서태웅과 윤대협은 착실하게 이름(정확히는, 성)으로 부른다. 서태웅의 경우 상황에 따라 '여우 녀석'이나 비속어로 부를 때도 있지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강백호를 호의적으로 대해 준 윤대협은 한결같이 '윤대협(센도)'. 다만, 윤대협에게도 군(君)이나 님(さん)은 붙이지 않는다.

평화로운 북산 농구부 ㅡ경쟁 확률 제로인 부원들이라든가 완전히 자기편으로 인식한 정대만과 송태섭ㅡ는 이름에서 파생한 애칭으로 부른다.

송태섭은 처음 만난 날 그네에 앉아 '짝사랑'으로 의기 투합할 때는 '료타군(君)'이라고 이름에 君을 붙여서 (강백호 기준) 거리감 있는 정중한 표현으로 부르지만, 체육관 습격 사건 이후로는 아주 친근하게 '료찡'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번역판에서는 둘 다 '송태섭'이라 아쉽다. 

백호 군단 중 양호열은 강백호가 남성 캐릭터 중 유일하게 성도 별명도 애칭도 아닌 정직한 이름(요헤이)으로 부르는 상대이고, 노구식은 애칭(츄), 김대남과 다카미야는 '성'으로 부르는 중. 

강백호가 SD에서 가장 정중한 호칭으로 부르는 사람은 채소연과 이한나. 번역판에서 강백호는 채소연을 소연이라고 부르고, 이한나는 한나 선배라고 부르지만 원어에서는 백호에게는 극존칭이나 다름없는 'さん(~님, ~씨)'을 붙여서 무척 공손하게 부른다.

마지막으로 강백호는 강백호지만, 원어에서 강백호를 친근하게 '이름(하나미치)'으로 부르는 사람은 백호 군단과 송태섭, 나머지는 '성(사쿠라기)'이나 원숭이, 바보 등등으로 부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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