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요소 포함 주의
슬램덩크 원작에서는 정작 대화 한 마디 나누지 않지만, 투샷은 엄청나게 많으며 유일하게 공식 커플 이름이 있는 이정환과 김수겸.
'쌍벽' 자체가 자주 쓰는 단어는 아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큰 오해를 했다.
'쌍벽'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이정환과 김수겸이 자동으로 연상되고, 이정환은 김수겸 앞을 가로막는 벽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커서 그랬나. '쌍벽'의 뜻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둘'이라는 점은 알았지만, 쌍벽의 벽을 구슬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일본어로 된 글을 읽더라도 한자의 생김새가 거의 비슷해서 막연하게 벽이라고 여겼던 모양.
픽시브에서 정환이와 수겸이 2차 창작소설 읽다가 쌍벽의 벽이 담벼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잠시 ???????? 상태.
双璧をなす 쌍벽을 이루다
ㅡ 가나가와 15년 만의 결승 진출을 이룬 원동력이 된 경이로운 신인 포인트가드 두 명. 앞으로 고등학교 농구계의 쌍벽을 이루는 존재가 될 것이다. 한층 더 성장할 모습을 기대한다. ㅡ
"'쌍벽(ソーヘキ)을 이루다'가 무슨 뜻이야, 하나가타."
"(중략) 제일 좋은 것 두 개가 나란히 있는 이미지."
"우뚝 솟은 벽(壁) 같은 거?"
"벽이 아니야. 글자가 다른걸."
완벽의 '벽(璧)'과 같은 글자야, 라고 하세가와가 차분히 설명을 보탰을 때 예비종이 울렸다.
"하지만 포인트가드는 사령탑 역할이잖아? 벽이랑은 이미지가 좀 다르지 않아?"
"벽?"
"쌍벽이란 건 두 개의 벽이라는 말이잖아? 나란히 선 두 개의 높은 벽! 같은……." (중략)
"달라. 잘 봐 봐. 이건 벽(壁)이 아니고. '완벽' 할 때 '벽(璧)'이야." (중략)
"생긴 건 비슷해도 의미가 전혀 다르다고."
"무슨 뜻인데?"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한 쌍의 보석. 보물 같은 거? 봐, '벽' 아랫부분에도 '玉'이 들어 있잖아."
그나마 나 같은 사람이 나만 있는 건 아닌 듯해서 안도하긴 했는데…….
글자를 보자. 윗부분은 똑같이 생겼지만, '구슬 벽'은 아랫부분이 玉이고, '벽 벽'은 土이다.
한자에서 구슬은 '아주 뛰어난 것'을 가리켜서 '흠이 없는 완전한 구슬'인 완벽(完璧), '두 개의 구슬'인 쌍벽(双璧) 같은 단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알고 보니, 확실히 '두 개의 벽'보다는 '두 개의 구슬'이 훨씬 마음에 든다.
+
쌍벽 얘기하는 김에 하나 더.
정환수겸(마키후지) 소설 읽다 보면 종종 보는 표현인데, 엄밀히 따지면 '구슬 두 개 중 하나'라는 의미겠지만, 片割れ라는 명사에 '쪼개지다, 갈라지다'라는 뜻인 동사 ’割(わ)れる'가 쓰인 바람에 일심동체 같은 '쌍벽 하나를 둘로 쪼개서 생겨난 조각 두 개'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든다. 주변에서 쌍벽이 사귀고 있는 걸 알든 모르든, 커플이든 아니든 서로 어쩔 수 없는 반쪽임을 인정하는 듯한 표현 같아서 그런가. 그래서 정작 수겸이와 연애 중인 대협(센후지)이나 태웅(루후지)이가 질투하는 것도 좋고♡ ㅋㅋㅋ
ps. 참고로 일본어에서 完ぺき(かんぺき, 완벽)는 대표적인 '한자와 히라가나를 섞어 쓰는 어휘(交ぜ書き語)'로 한자어지만 完璧보다 完ぺき라고 쓰는 경우가 많다. 璧이라는 글자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그런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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