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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PowerShot G9 2012.05.19 @집

Canon PowerShot G9 2012.05.19 @집

Fauchon - Douceur et chocolat

늑대 인간의 보름달 뜬 날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라 오전 수업만 마치고 잽싸게 집에 돌아왔다. 늦은 점심으로 비빔면을 먹고 카페오솔로 청소와 쓰레기 분리 수거를 마친 뒤 배를 따뜻하게 녹이며 뒹굴뒹굴거리다가 문득 카페 놀이가 하고 싶어졌다. 생수 말고 맛있는 차로 목을 축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얼마 전에 알게 된 재즈라디오라는 사이트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를 들으며 차 한잔 곁에 놓고 책을 읽으면 분위기 좋겠다는 마음도 컸다. 드립은 좀 번거롭고 아메리카노는 수업 내내 마신 터라 고른 것은 Y에게 선물 받은 포숑의 '듀세르 에 쇼콜라'다. 언제 개봉할까 기회를 보던 차에 오늘을 바로 그 날이다.

프랑스어 사전에서 듀세르(Douceur)를 검색하니 '감미로움, 부드러움, 온화함'이라는 뜻이라고 나온다. 쇼콜라(Chocola)는 초콜릿이라는 뜻이니 '부드러움과 초콜릿'이라는 뜻일까. 어떤 맛일지 기대가 크다. 이중으로 튼튼하게 봉해진 틴 투껑을 열자 달짝지근하면서도 진한 초콜릿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아, 구름 위에 둥둥 뜬 기분이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초콜릿 향을 홍차에서도 느끼다니 행복하기 그지없다. 눈에 띄는 초콜릿 덩어리들이 신기해서 하나 집어 입에 넣었는데 맛은 설탕이 가미되지 않은 카카오 90%와 비슷하다고 보면 좋겠다. 진한 초콜릿 향의 황홀함을 만끽하며 2.6g을 뜨거운 물 250ml에 우렸다.

초콜릿 때문인가, 찻물 위에 기름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이 조금 아쉽다. 수색은 생각 외로 옅다. 맛을 볼까. 베이스는 스리랑카 홍찻잎이라고 써 있으니 실론일 듯하다. 실론은 아직 가향차로밖에 못 만나 보았지만 부담스럽게 진하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듀세르 에 쇼콜라에는 초콜렛 조각 뿐만 아니라 아몬드도 들어 있다. 맛은 그야말로 대박이다. 초콜릿 가향은 처음 마셔보는데 이렇게 입의 수준을 높여 놓아도 좋을까. 초콜렛 가향티 중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차라더니 정말 맛있다. 달콤하면서도 무척 고소하다. 요즘 푹 빠져 있는 카라멜 가향티와는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우유를 넣고 보글보글 끓인 밀크티도 기대되고, 초코 아이스크림과 함께 홍차 아포가토로 만들어 마셔도 맛이 끝내줄 듯하다. 재즈라디오에서 내가 좋아하는 베이스 재즈를 틀어 놓고 박영택의 『수집 미학』이라는 책을 읽는데 천국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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