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제임스 미치너, 윤희기, 열린책들


  두권짜리라는 부담감에 읽고 싶다고는 늘 생각하면서도 좀처럼 잡지 못했더란다. 그러던 중 출근하려고 아침에 준비하다가 지하철에서 뭘 읽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두께에 비해 매우 가벼운 무게에 '호라~' 하며 선뜻 손이 갔다. 가방에 넣어가야할 책의 가장 중요한 점은 무게가 무겁냐, 가볍냐이니깐. 올겨울 열린책들에서 양장판으로 재구성한 세계문학 시리즈를 발매하면서 표지 디자인부터 책의 무게, 낱장이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튼튼함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많이 쓴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

  지하철에서 읽기 위해 고른 책이었던만큼 책의 반은 일주일에 걸쳐 신논현에서 내가 내려야하는 선유도로 가는 지하철9호선 안에서 읽었다. 급행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기 힘든데다가 선유도역에서는 서지 않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완행을 이용하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는 약 30분의 시간동안 내 정신을 모조리 뺏어가기에 제임스 미치너의 이야기는 충분했다. 덕분에 한번은 내려야할 역에서 내리지 못하고 두 정거장이나 더 간 적도 있으니까.

 '소설'이라는 제목을 가진 소설을 통하여 처음 만나는 '제임스 미치너'는 20세기 미국의 국민작가라고 한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활동하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첫작품부터 크게 주목받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한데다가 영화화되어 호평받았다고 하는데, 내가 그를 처음 만난 작품은 거의 말년에 이르러 쓴 작품이라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초기작품들도 한번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글쓴이와 출판에 관계된 사람들, 즉 작가와 편집자, 비평가, 독자 등 네 명의 화자를 통해 이야기 하는 특이한 구성의 소설이다. 하나의 소설이 탄생하는 과정 속의 작가가 가지는 고민과 고통, 한 소설이 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출판과 문학의 관계를 조명한다. 그런 가운데 각자의 입장에 따라 '소설'에 대해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특히 비평가와 작가의 대립구조는 흥미진진했는데 외부적인 조건에 의해 작가에 대해 제대로된 비평을 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비평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굉장히 인상깊게 남아있다. 현실에서도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책 비평들이 정말 순수한 의도로만 쓰여지지는 않았겠지??

 작가, 편집자, 비평가, 독자 의 네 화자 중에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은것은 편집자였다. 왈가닥 소녀가 책을 사랑하게 되고, 가정 형편으로 인해 다니던 대학을 중퇴해야 했지만 한 사람의 편집자로서 우뚝 서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편집자 이본 마멜의 모습은 진정 아름다웠다. 나 역시 나의 비전에 대해 고민하면서 '책을 좋아하니까'라는 단순한 이유로 '편집자'를 꿈꿨던 적이 있었다. 그 땐 편집자라면 책편집용 프로그램인 'QuarkXpress'만 다룰 줄 알면 되지 않을까라고 막연히 생각하고는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화자가 진정한 편집자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듣자 내 생각이 완전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책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곤란한, 진정으로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아직 나는 멀었다.

 소설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지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철부지 독자인 나에게 소설은 그저 '술술 읽히도록 재미있기만 하면 장땡'정도 되는 것 같다. 지금 독후감을 쓰고 있는 제임스 미치너의 작품 역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으니깐. 그래도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 하지만, 책은 '재미'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책이 될 수 있는 장르는 '소설' 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요즘 소설위주의 독서로 흘러가는 느낌이 들어 조금 신경쓰이고 있었는데 쌓아두기만 하고 읽기 기피하던 인문학책들도 이제는 좀 한권씩 펼쳐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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