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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에서 주인공인 북산 고등학교를 위하여 최대 희생양이 되어야만 했던 김수겸. 북산을 그 당시 최고였던 산왕공고와의 시합까지 가게 하기 위하여 잘 짜인 플롯에 따라 몇 안 되는 고등학교 3년 동안의 모습이 한 번씩 다 비친 인물(김수겸 외에는 채치수와 이정환이 있다)이다. 문득 등번호를 살펴보다가 뜻밖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1학년  13번, 2학년 9번, 3학년 4번

공교롭게도 세 숫자 모두 동서양 통틀어 '악마 혹은 불행의 수'라고 불리는 숫자이다. 3학년 때야 주장이니까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13에 9라니.

김수겸의 고등학교 생활 3년을 되짚어 보자면, 

1학년 때는 상양 개교 후 유일하게 스타팅 멤버로 고교 무대에 데뷔하지만 이정환과 그의 해남이 그 앞을 가로막는다.

신생 농구팀인 북산이 성장하려면 양대 산맥의 한 축이 무너져야 한다. 그 축은 일인자보다 이인자가 무너지는 편이 좀 더 자연스럽다. 그 때문에 김수겸은 가나가와의 쌍벽 포인트 가드니, 뭐니 해도 1학년 때부터 철저히 이인자로 그려졌고 3학년 때는 감독까지 맡게 되면서 끝내 북산에게 무너진다.

한편 전국대회의 북산과 풍전 전에서 서태웅이 에이스킬러 남훈 때문에 다친 부상을 뛰어넘고 북산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에이스킬러의 전적이 필요했다. 그 전적으로 가나가와에서라면 누구나 헉할 인물 2학년 김수겸이 선택받았다.ㅠㅠ 반면 그 해 해남은 전국대회에서 4강까지 진출하면서 확실하게 가나가와의 일인자 자리를 굳혔다. 더군다나 이정환의 경우는, 행여 남훈에게 맞아서 쓰러졌다고 하더라도 시합에 다시 못 나올 만한 상처를 입을 체격 차이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남훈에게 '에이스 킬러'라는 별명을 붙이기에는 김수겸이 적임자였다는 이야기.

슬램덩크에서 고1 때부터 고 3 때까지의 등번호가 다 나온 선수가 세 명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수겸의 불행 아닌 불행을 암시하기 위하여 이노우에는 이런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쓸 게 아닐까, 주절거린다. 

 

+ 마지막 깊고 더함: 2023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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