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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PowerShot G9 2012.04.03 @집

# Mori's coffee - Ethiopia Yirgacheffe G2 (Decaffeinated coffee)
hand drip coffee, 15g + 200ml water 

오늘은 하루 종일 다이나믹한 날씨였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회사에 도착할 때 즈음에는 짓눈깨비로 변하더니 낮에는 눈이 펑펑, 퇴근할 무렵이 되자 언제 눈비가 내렸냐는 듯이 맑게 갰다. 지하철을 타야할 때 비를 맞는 것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나인지라 해가 뜬 점은 참 좋았는데 '어이쿠, 이게 4월 날씨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춥다. 바람도 많이 부는 데다가 차갑다. 그러고 보니 지나가는 길에 어그나 패딩점퍼도 눈에 띈다. 

추위에 벌벌 떨며 집에 가다 보니 저절로 뜨끈한 커피나 밀크티 한 잔이 떠오른다. 지하철에서 집까지 걸리는 10분 동안 집에 가서 뭘 마실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가 번뜩 떠오른 것이 저번주에 모리스 커피에서 구입했던 예가체프. 정신없는 일상에 깜빡했다. 신선함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드립으로 만나봐야지. 로스팅한 지 약 일주일 되었으니 지금이 가장 풍미도 좋고 맛있을 때다.

Canon PowerShot G9 2012.04.03 @집

포장을 열자 꽃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그 위에 군고구마 향도 슬쩍 보탠다. 아후, 황홀해. 이가체프의 향을 맡을 때마다 커피콩을 코에 매달고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 행한다면 좀 우스꽝스러워지겠지. 그저 이럴 때나 열심히 탐닉해야지. 저울에 잰 15g을 핸드밀로 쓱쓱 갈고 드리퍼로 옮겨 담아 천천히 드립을 시작했다. 풍성하게 부푸는 커피빵을 보고 있자니 행복 충만이다.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며 한 방울 한 방울 장인의 정신으로…….

Canon PowerShot G9 2012.04.03 @집

4월에 눈이 내리니 왠지 '4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설정이 떠올라 크리스마스 커피잔을 꺼냈다. 혼자 룰루랄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본다. 

입안을 감도는 매력적인 산미에 혀가 정신을 못 차릴 것 같다. 예가체프만의 저녁에 마시기 부담스럽지 않은 가벼운 느낌도 사랑스럽다. 이렇게 신선하고 맛있는 예가체프는 정말 오랜만이어서 참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 원두를 산 모리스커피의 어원은 숲을 뜻하는 일본어 '모리(森、もり)'에서 왔다고 한다. '숲속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거는데, 싱그러운 예가체프야말로 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커피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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