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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E.M.FORSTER, 고정아, 열린책들


   미지의 세상은 늘 신비롭다. 그 곳에 가기만 하면 무엇이든 자유로울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을 듯한 설렘. 그러나 그 곳에 젖어드는 순간 설렘은 가라앉고 미지의 세상은 사라진다. 그저 낯선 문화에 대한 충격과 이해와 몰이해 사이에 갈등하는 자신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어떤 이는 낯설음을 사랑하여 자꾸 자신의 고향을 떠나려 하며 어떤 이는 낯설음이 두려워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오고 만다. 

  E.M.포스터의 첫 장편소설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에는 두 공간이 대비되어 나온다. 하나는 고지식하고 속물적인 영국의 소스턴, 하나는 삶의 열정이 넘쳐나는 이탈리아다. 영국의 한 고지식한 집에 시집 가 남편을 일찍 여의고 살아가던 릴리아는 답답함을 떨치기 위해 이탈리아로 날아간다. 그녀의 시댁 식구들은 그녀가 그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돌아오길 기대하지만 그녀는 모든 이의 기대를 저버리고 뜨거운 사랑을 만난다. 난데없는 약혼 소식에 시동생 필립이 바다를 건너 그녀를 설득하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시댁 식구들이 딸도 내버린 채 무일푼의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한 그녀에게 보내는 비난의 시선, 그리고 영국과 이탈리아의 당시 문화적 차이 -특히 영국 여자와 이탈리아 남자의 사고방식의 차이- 는 그녀의 결혼생활을 외롭게 만들었으며 순탄하지 않은 생활을 하게 했다. 그리고 비극에 비극을 낳은 결말을 가져온다.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지만 그들은 그 상처를 통해 성장한다. 결국 필립이 릴리아의 이탈리아 남자를 이해하게 되었듯이 말이다.

  이야기를 지배하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영국의 스모크를 떠오르는 어두운 색이지만 중간 중간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블랙 유머가 E.M.포스터의 소설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스물여섯 살 때 쓴 소설이라고 하는데 ‘지금의 나랑 비슷한 나이에 이런 소설을 써도 되는 거야?’ 하고 괜히 심술부리며 제일 마음에 들었던 구절 하나를 인용한다. 인생을 살아갈 때도 정해진 길을 벗어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영국 신사 포스터는 그래서 소설마다 이탈리아를 매력적으로 그렸는지도 모른다. 평탄치는 못했지만 정해진 길을 벗어난 릴리아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탈리아를 알려면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야 해요. 작은 도시들을 찾아가세요. (중략)" p7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 E.M 포스터 전집
국내도서>소설
저자 : E. M. 포스터(E. M. Forster) / 고정아역
출판 : 열린책들 200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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