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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월



아무렇지 않게 잘 살다가 문득 울적해질 때가 있다. 삶에 변화가 생기면서 몸이 더 피곤해진다던가, 해야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던가, 게다가 의욕마저 솟지 않을 때는 마음이 참 힘들다. 월요일 저녁 야간 수업으로 인해 피곤에 쩌든 화요일 아침, 이런 내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줄 손길이 그리워 출근길에 읽을 책으로 故 타샤 튜더 할머니의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를 골랐다.

일러스트나 동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타샤 튜더 할머니는 버30만 평이나 되는 정원을 가꾸고 동물을 키우고, 그림을 그린다. 문득 양평 한 마을에서 손수 정원을 가꾸던 故 박완서 선생님이 떠오른다. 박완서 선생님의 수필집인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도 따뜻한 정원 가꾸기 이야기가 나온다. 어쩐지 두 할머니가 만났더라면 좋은 친구가 되었을 듯하다. 소설이든 미술이든 예술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뭔가 통하는 부분이 있으려나.

동화작가였던 그녀는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삶을 살았다. 아들이 지어준 집에서 30만 평이나 되는 넓은 땅에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었다. 직접 먹을 야채를 기르고 베틀에 앉아 손수 천을 짜서 옷을 지었으며 키우는 염소의 젖을 짜 요구르트와 치즈를 만들었다. 난로 옆에는 고양이가 꾸벅꾸벌 졸고, 정원에서는 코비들이 뛰어 놀며, 그녀의 어깨에는 앵무새가 앉아 있다. 어릴 때부터 '과거'에 집착했다며 19세기를 무척 좋아하는 그녀는 골동품 옷을 입고 골동품 그릇을 썼다.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일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화원을 가꾸는 그녀의 자전적 에세이를 읽으니 자연을 존중하고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온 사람임을 안다. 게으르지 않은 그녀의 낙천적이고 소박한 삶의 가치관이 그녀를 만들었으리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하나하나 사랑이 듬뿍 담긴 글을 읽고 있자니 내 마음 속에 낀 잿빛 안개도 서서히 물러나는 느낌이 들었다.

신념을 가지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으로 스스로 삶을 꾸려온 그녀가 참 멋지다. 세상 다 가진 듯한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바랄 나위 없이 삶이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그녀, 나는 언제쯤이면 그런 말을 하게 될까. 그런 말을 하는 내 모습이 기대 된다. 지금 당장은 조금 힘들더라도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노력한다면 곧 그리 되리라. 행복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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