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도시, 발터 뫼르스, 두행숙, 들녘


근사하다. 제목이 무려 꿈꾸는 책들의 도시라니!! 게다가 겉표지를 가득 메우다 못해 속표지까지 가득 메운 책들. 왜 이 책을 이제서야 만났는가 싶을 정도로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하루의 일정을 마친 뒤 잠에 들기 전 토막시간 침대에 앉아 등과 벽 사이에 커다란 배게를 끼워넣고, 무릎 위에는 자그마한 베개를 올려놓아 책상 삼은 채 꿈꾸는 책들의 도시로 여행을 떠났다. 세상에나! 판타지일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함께 여행을 떠났던 주인공은 작가가 되고자 하는 공룡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였다. 

대부의 죽음과 유언에 따라 미텐메츠가 떠나게 된 꿈꾸는 책들이 사는 도시 '부흐하임'은 정말 신비로운 도시였다. 부흐하임에는 고서점을 비롯하여 책을 사고 파는 곳이 수백 수천개가 있는 곳, 책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곳, 수많은 신인들이 등단하며 지하세계에 잠들어 있는 책을 찾아 떠나는 책사냥꾼이 존재한다. 나쁜 놈 스마이크의 술수로 인해 미텐메츠마저 책사냥꾼들이 득실되는 무시무시한 지하세계로 쫓겨나게 되고 그 곳에서 만난 열혈독자 부흐링들과 (천재시인이었던..) 그림자제왕을 통해 오름에 오르는 길을 배운다. 

미텐메츠가 정신없이 헤매고 다닐 때는 세밀한 장면의 묘사가 많아 조금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아있었지만, 후반부로 가면갈수록 흥미진진하다. 책이 주는 지식에 근거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 지를 찾아낼 때, 작가와 독자가 힘을 합해 적을 무찌를 때는 정말 짜릿하기까지 했다. 

스마이크는 마지막에 이런말을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흠없는 훌륭한 문학은 필요없다고.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술성이 높은 책보다 대중성이 높은 책을 선택하는 출판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듯 하다. 그러고보니 얼마전 뿌쉬낀의 작품집을 사기 위해 알아봤는데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미 절판이었다. 게다가 E.M.포스터의 전집도 점차 절판의 길을 걸으려고 하는 듯이 느껴지고 있다. '진정한 독서'에 이제 막 입문한 나로서는 정말 훌륭한 작품을 소장하기 더 어려워지고 있어 참 슬펐다. 돈은 조금 덜 벌릴지 몰라도 진정한 작가들이 쓴 작품들이 세상에 빛을 발하고 살길 바란다. 그래야만 조금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부흐링 같은 진정한 독자가 세상에 더 많아질테다. 그리고 그게 바로 화려한 영상매체가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출판업계가 발전하는 길이 아닐까. 나도 언젠가는 부흐링들의 경지에 이르는 날이 오겠지?

책을 덮고도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내 몸은 여전히 부흐하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책쟁이들의 유토피아인 그 곳을 꿈에서도 여러번 찾아가게 될 것 같다. 


도망가라! 가라! 드넓은 땅으로! 그 비밀스러운 글은 누구의 손으로 쓰였는지는 몰라도 그대에게 충분한 동반자가 아닌가?만약 별들의 운행을 인식하고 자연이 그대를 가르친다면 오름의 힘이 그대에게 나타나리니 한 영혼이 다른 영혼에게 말하듯이 해주리라!

너는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여행을 떠나거라! 차모니아로 가거라! 너의 지평을 넓혀라! 세상을 알아! 언젠가는 충격이 영감으로 변할 것이다. 너는 너 자신을 이 완전성과 견주고 싶은 소망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네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느 날인가는 그것에 도달할 것이다.너는 네 안에 뭔가를 가지고 있다. 얘야. 우리 꼬룡들이 사는 요새에서 그 누구도 갖지 못한 것을. (p.30 단첼로트 대부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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