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사람들』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 정창 옮김 / 열린책들

 오늘도 역시나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내 머리는 '졸려. 더 자고싶어'라고 미친듯이 외치고 있었지만 어째서일까 일찌감치 말똥말똥해진 눈과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진짜 미치겠다. 침대에서 멍 때리며 한시간 정도 뒹굴거리다가 이렇게 있으면 뭐하나 싶어 베개 옆에 놓여 있던 루이스 세풀베다(Luis Sepúlveda)의 '지구 끝의 사람들(Mundo del fin del mundo)'이라는 책을 손에 들었다.
 
 어제 읽었던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소련의 아프간침공후 미국으로 망명한 아프가니스탄인 작가가 고향인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쓴 책이었는데, 오늘 고른 '지구 끝의 사람들'은 독재를 피해 망명하여 라틴아메리카를 떠돌다가 독일로 이주한 칠레인 작가가 칠레와 남아메리카 남단의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쓴 이야기이다. 기묘한 우연이다. 

 '지구끝의 사람들'은 바다와 고래의 특별한 매력을 묘사하고, 그러한 자연을 파괴하려 하는 탐욕스러운 인간들과 그에 맞서 투쟁하는 환경 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칠레의 파타고니아 지방에 살던 어린 시절, 소년은 <모비딕 by.허먼멜빌>의 세계를 동경해왔다. 방학을 이용하여 삼촌의 지원으로 포경선을 타기도 했던 소년은 자라면서 정치적 환경 때문에 유럽으로 망명을 하고 그 곳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환경운동가들과 교류를 갖는 사무실을 차린다. 그러던 어느 날 칠레에서 일본의 포경선 '니신마루호'가 포획이 금지된 고래 사냥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주인공은 오랫동안 가보지 못한 조국의 땅으로 떠난다. 지구 끝의 세계로.

 칠레에 도착한 주인공은 그에게 니시마루호와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호르헤 닐센 선장을 만나게 된다. 피니스테레 호를 타고 가며 호르헤 닐센 선장과 선원 페드로 치로에게 듣는 거대한 바다이야기와 고래이야기. 고래와 바다를 파괴하려 했던 니시마루호의 최후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경이로운 대자연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서울을 비롯하여 미국의 워싱턴, 유럽의 각 도시들에 미친듯이 눈이 내리고 한파가 몰아치는 등 환경문제는 전세계가 심각하게 끌어안은 문제가 되었다. 더 이상 방관하고만 있을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과 개도국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결단을 늦추고 있다. 비록 내가 당장 그린피스의 일에 뛰어들고 환경운동을 하겠다고 나설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 - 종이컵 안 쓰기, 가까운 거리 걸어다니거나 자전거타기 등등은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가득 든다.

 얼마전에 다녀왔던 제주도의 맑고 푸르렀던 바다가 떠오른다. 꼭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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