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서머싯 몸 지음, 송무 옮김, 민음사


김영하 작가의 수필집 『포스트잇』에서 김영하 작가의 인생을 변화시킨 1%의 책임이 이 책에 있다는 글을 읽고 언젠가 꼭 한번 읽어봐야지 하고 다짐했던 책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소설, 서머싯 몸이라는 작가의 이름도 『달과 6펜스』라는 제목도 너무 생소했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일지 무척 궁금했다.

책 표지에 그려진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이라는 그림이 나타내듯 이 소설은 고갱의 삶을 모델로 하여 쓴 책이라고 한다. 작품해설에 실려 있는 고갱과 스트릭랜드의 비교도 인상깊었다. 물론 픽션이니만큼 소설 속 스트릭랜드의 삶이 고갱보다는 극적으로 흘러가려나.

영국의 평범한 증권브로커인 찰스 스트릭랜드는 어느날 갑자기 가족들을 모두 버린 채 프랑스로 떠난다. 내연녀와 함께 떠났을 거라는 모두의 추측을 비웃듯 뜻밖에도 그의 목적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안락한 생활과는 점점 멀어지고 아무도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 가난한 화가가 되어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지만 스트릭랜드의 결심은 무너지지 않았다. 시대대에 앞선 천재였던 탓일까. 스트릭랜드가 죽고나서야 빛을 보기 시작한 그의 작품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달은 뭐고 6펜스는 뭘까, 갸우뚱했다. 작품해설을 읽고나서야 그 궁금증이 겨우 해소되었다. 해설에서 달과 6펜스는 둘 다 둥글고 은빛으로 빛나지만 성질이 전혀 다르다고 했다. 달은 영혼과 관능의 세계, 본원적 감성의 삶에 대한 지향을 암시한다면 6펜스는 돈과 물질의 세계, 그리고 천박한 세속적 가치를 가리키면서 동시에 사람을 문명과 인습에 묶어두는 견고한 타성적 욕망을 암시한다고 표현한다. 스트릭랜드는 6펜스의 세상에서 저 높은 달의 세상으로 훌쩍 뛰어 올랐다.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화자를 제3의 작가로 세운 후 그의 눈을 빌려 이야기를 이어가는 이 소설 속에서 나타나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라던가,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전하는 전달력에 명쾌하고 간결한 문체는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내 삶의 행로 역시 목적지를 달로 삼을 수 있을까, 막연히 그려본다.
스트릭랜드가 앓아야 했던 예술의 열병이 부럽다. 
나도 나만의 달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 이미 찾았는데 내 앞에 놓여진 현실 때문에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손에 잡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일어나라. 그리고 행하라.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자.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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