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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기록을 남기기로 결심했다.

1. 수상한 라트비아인(Pietr-le-Letton), 조르주 심농, 성귀수, 열린책들, e

▷ 1900년대 초반. 프랑스 파리 - 페캉

소설가 루이스 세풀베다는 '겨울에는 코냑 한 통, 그리고 심농 전집과 지내는 게 최고다',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만약 아프리카 우림에서 비 때문에 꼼짝 못하게 되었다면, 심농을 읽는 것보다 더 좋은 대처법은 없다. 그와 함께라면 난 비가 얼마나 오래 오든 상관 안 할 것이다.'라고 심농을 찬사했다. 내 여행지는 겨울도 아니고 아프리카도 아니지만, '나홀로 파리 여행'을 함께할 동행자로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를 골랐다. 심농은 벨기에 출신인데 그가 탄생시킨 매그레 반장은 파리 경찰청 기동수사대 소속이어서 프랑스가 배경으로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안팎으로 프랑스를 만끽할 수 있다. 또 가볍게 읽기 좋은 추리물이라 여행과 잘 어울리기도 했고 말이다. 예전에 이북으로 19권짜리 시리즈를 사두었는데 짐을 꾸리다 보니 이북리더기가 어찌나 유용한지 모른다.
총 75편의 이야기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매그레 반장은 첫 번째 작품인『수상한 라트비아인』에서 '기동 수사대의 매그레 반장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라는 문장으로 이 세상에 그 존재를 알린다. 국제 사기범인 라트비아인 피에트르가 파리로 오는 중이라는 전보를 받은 매그레 반장은 그가 도착할 기차역(파리 북역)으로 나간다. 기차가 도착하고 피에트르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남성1이 매그레 반장을 지나치는데, 바로 그때 열차 화장실에서 피에트르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남성2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매그레 반장은 남성1이 향한 샹젤리제 거리의 마제스틱 호텔로 달려가 수사를 시작한다. 매그레 반장은 수사를 할 때 항상 '균열 이론'이라 이름 붙인 원리를 떠올린다. 모든 범죄자, 모든 악당의 내부에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초한 이론이다. 상대방에게 생기는 어떤 '틈' 사이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을 찾는데, 그 틈을 찾아 범행 현장과 범인의 심리 속으로 거침없이 파고드는 매그레 반장을 쫓다보면 매그레 반장 특유의 인간미가 느껴져 친밀감이 든다. 파리와 페캉을 오가는 정신없는 숨바꼭질이 끝나면 사건은 진실을 드러내고 범인의 사연도 구구절절 듣게 된다. 무조건 살리고 보는 『명탐정 코난』에 익숙해진 탓일까 범인의 자살을 방관하는 결말은 좀 충격적이었다. 형사가 이래도 되나? 그런데 몇 권 더 읽다 보니 그게 그냥 매그레 반장의 성향인 것 같다. 오랜만에 독파하고 싶은 추리물을 만났다. 지금 22권까지 나왔는데, 한달에 두 권씩이라면서요. 열린책들이 부디 마지막 이야기인 『매그레와 샤를 씨(Maigret et Monsieur Charles)』까지 쭉 달려줬으면 좋겠다. 


2. 갈레 씨, 홀로 죽다(Monsieur Gallet, décédé), 조르주 심농, 임호경, 열린책들, e 

▷ 1900년대 초반. 프랑스 상세르 - 생프라조 - 파리

에밀 갈레는 파리 교외에 있는 상세르의 한 호텔에서 총과 칼에 맞아 사망한 채 발견된다. 매그레 반장은 갈레의 사망을 알리고 신원 확인을 부탁하기 위하여 생파르조에 있는 에밀 갈레의 집을 방문한다. 갈레 부인이 확인한 그의 시체는 에밀 갈레가 맞지만, 부인이 아는 에밀 갈레와 현실 속 에밀 갈레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무려 18년 동안이나 이중생활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남겨진 것은 30만 프랑짜리 생명 보험. 매그레 반장은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인 에밀 갈레의 행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귀족으로 태어났으나 돈이 없어서 이름을 팔아야 했고, 부인과 아들에게는 멸시를 받았고, 몸은 병들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에밀 갈레. 쓸쓸한 에밀 갈레의 인생처럼 이야기는 매우 씁쓸하게 끝이 난다. 피곤해서 비행기 안에서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읽다가, 어느 순간부터 정신이 번쩍 들어 완독했다. 속도감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흥미진진하다. 매그레 반장이라는 캐릭터의 성향도 1권보다 더 도드라지는데 정이 많이 간다.

그는 평생을 무언가를 기다리면서 살아오지 않았었나? 약간의 행운… 그에겐 그마저도 없었다고! 거리에 흘러 다니는 조그만 즐거움들, 사람들은 의식조 차 하지 못하는 작은 행복들 중 단 하나도 그에겐 허락되지 않았어!


3. 생폴리앵에 지다(Le Pendu de Saint-Pholien), 조르주 심농, 최애리, 열린책들, e

▷ 1900년대 초반. 벨기에 브뤼셀 - 네덜란드 노이샨츠 - 벨기에 리에주 - 독일 브레멘 - 프랑스 랭스 - 파리

매그레 반장은 브뤼셀에서 3만 벨기에프랑을 일반 소포로 부치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그런 거금을 가지고 있는 것치고는 퍽 초라한 행색인 그를 수상하다고 여긴 매그레 반장은 그를 미행하기 시작한다. 혹시 하는 마음에 도중에 들른 기차역에서 매그레 반장은 그가 갖고 있던 가방과 자신의 것을 바꿔치기한다. 그런데 이게 왠일, 독일 브레멘의 허름한 여인숙에서 그 남자는 자신의 가방이 사라진 것을 알고 권총 자살을 택한다. 가방 안에 들어 있던 것은 피가 묻은 낡은 회색 양복 한 벌과 더러운 셔츠 두 장. 자살자에게 책임을 느낀 매그레 반장은 죽음에 얽힌 묘한 의문을 추적한다. 퍼즐을 맞추는 과정에 등장한 의문의 네 남자 수출입 중개상 조제프 반 담, 은행의 부행장 모리스 벨루아르, 사진 제판사 제프 롱바르, 조각가 가스통 자냉. 그들의 방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타고난 감과 수사력으로 10년 전 그들을 둘러싼 한 사건에 도달한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찌뿌드드하다. 심농 자신이 실제로 젊은 시절 겪은 일을 소재로 하고 있어서인가. 매그레 반장의 연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결말이 몹시 심란하게 다가왔다. 

매그레는 왠지 모르게 이 이야기에 얽힌 아이들의 수를 세고 있었던 것이다.
픽퓌스 가의 가게, 박하와 고무 냄새가 나는 가겟방에서 엄마와 외할머니와 사는 아이, 랭스에서 바이올린의 활을 켤 때 팔꿈치와 턱을 나란히 하는 법을 배우는 아이, 리에주의 제프 롱바르 집에서 동생을 기다리는 두 아이….


4. 라 프로비당스 호의 마부(Le Charretier de La Providence), 조르주 심농, 이상해, 열린책들, e

▷ 1900년대 초반. 프랑스 에페르네 - 파리

선박 유람에 관심이 많았던 심농은 배를 타고 유럽의 운하와 강들을 둘러보길 좋아했다. 이 작품은 자신의 배인 <오스트로고트> 호를 몰고 유럽 북부의 운하들을 둘러볼 때 쓰여졌는데, 그래서인지 당시 만났던 사람들, 그 경험과 느낌이 소설 속에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운하를 지나는 선원과 마부 들이 쉬어 가는 수문 옆 카페 드 라 마린의 마구간 짚더미 속에서 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목이 졸려 죽은 이 여성은 실크 원피스를 입고 화려한 액세서리를 했다. 누워 있는 공간과 매우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다. 증인은 아무도 없고 그녀가 누군지 밝혀진 것도 없다. 카페에서 탐문 수색 중 그녀의 남편을 찾지만, 그는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다. 모든 정황이 부자연스럽다. 범인을 밝히기 위해 매그레 반장이 고군분투하는 사이에 사건은 또 일어난다. 앞서 읽은 세 편보다 재미는 덜했지만, 운하 특유의 축축한 분위기와 뱃사람들의 삶에 대한 묘사가 탁월해서 나마저도 그 무대 위에 선 등장인물 같았다.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은 그래서 즐겁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어느새 매그레 시리즈를 네 권이나 연달아 읽었다. 다음 이야기는 조금 쉬었다가 읽어야겠다.


5. 야성의 부름(The Call of the Wild), 잭 런던, 권택영, 민음사 

▷ 1900년대 초반, 미국 남부 - 알래스카

미국 남부에서 안락한 삶을 누리다가 인간의 욕심 때문에 알래스카로 팔려간 늑대개 '벅'의 성장 이야기이다. 미지의 대자연 속에서 벅은 난생처음 채찍과 곤봉으로 맞아가며 생존의 법칙에 눈을 뜨고, 있는 줄도 몰랐던 야성의 힘을 빠르게 회복한다. 그는 영리하게 스피츠와 결투를 벌여 썰매개 무리를 이끄는 대장 자리를 빼앗고 다른 개들을 압도한다. 초반에 개들을 학대하는 인간이 너무 많이 나와서 분노를 삭일 수가 없었는데, 이야기는 권선징악의 진리를 그대로 따른다. 뻔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장 중요히 생각해야 할 인생법칙이다. 벅은 마지막으로 함께한 인간 존 손턴과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며 진정한 동반자 관계가 된다. 시종일관 개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야기 속에서 손턴과의 순수한 우정은 무척 아름답다. 하지만 손턴 역시 벅 덕분에 거금을 손에 쥐자 욕심을 부리다가 목숨을 잃고 만다. 손턴을 잃고 야생성에 완전히 눈을 뜬 벅은 인간의 손을 벗어나 야생 늑대 무리에 합류한다. 척박하고 가혹한 환경 속에서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고 끝까지 살아남은 벅을 보니 그 고된 여정을 같이 달려서인지 가슴이 벅차오른다. 한편 작가가 미국의 백인 남성이다 보니, 미국 남부 출신 '벅'이 알래스카로 건너가 그곳에 이미 군림하고 있던 늑대들을 꺾고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우두머리로 서는 것이 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는 단편 「불을 지피다」도 함께 실려 있다. 북극의 혹한 속에서 자연의 경고를 알아채지 못하고 유일한 친구인 개와도 교감하지 못한 채 서서히 얼어죽는 남성의 이야기이다. 서울에서 영하 18도에 손내놓고 다니는 것도 못할 짓인데 영하 50도에서 이미 감각이 사라진 손으로 성냥불을 켜겠다고 애쓰는 모습이 몹시 안쓰러웠다. 인간은 대자연 앞에서 참 무력하기 그지없다.

숲 속 깊은 곳에서 벅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신비롭게 떨리고 유혹하는 소리를 자주 들은 벅은 모닥불과 그 주변의 다져진 흙에서 등을 돌려 숲 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소리가 어디에서 오는지, 왜 들리는지 그는 알지 못했지만 야성의 부름은 계속되었다. 숲 속 깊은 곳으로부터 들리는 절체절명의 소리였기에 그는 어디로 그리고 왜라는 물음을 던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부드럽고 매끄러운 흙과 초록빛 그늘을 자주 접하면서 손턴에 대한 사랑이 커진 벅은 다시 불 가로 돌아섰다. (p.96)


6. 암살주식회사(The Assassination Bureau, Ltd.), 잭 런던/로버트. L 피시, 김이선, 문학동네

▷ 1900년대 초반, 미국

SC와 책 이야기를 하던 중,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을 흥미롭게 읽었다고 했더니 SC가 추천해 주었다. 암살국이라는 청부 살인 업체가 있다. 의뢰를 받는다고 해서 다 살해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 원칙이 있다. 의뢰가 정당한지 확인 절차를 가진 후 사회의 암적 존재라는 판단이 섰을 때 암살국 단원들이 움직인다. 명석하고 잔인한 암살단의 보스 이반 드라고밀로프는 어느 날 그 자신을 암살하라는 의뢰를 받는다. 사회주의자 윈터 홀은 암살이 오히려 사회의 혼란만 부추긴다고 판단한 것이다. 몇 날 며칠 동안 이어진 윈터와의 토론 끝에 이반은 자신이 사회의 암적 존재임을 인정하고 의뢰를 받아들인다. 이반이 여자친구의 아버지임을 알게 된 의뢰인은 이반의 죽음이 아니라 암살국의 해체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그동안 지켜온 신념을 깰 수 없는 보스 이반과 암살국 단원들 사이의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어 죽이기 위해 쫓고, 살기 위해 죽인다. 원칙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한 원칙주의자들의 답답한 토론과 더할 나위 없이 똑똑한 사람들의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런던은 결말을 못 내겠다며 작품을 미완으로 남겼고 197쪽 이후의 분량은 추리소설가 로버트 L. 피시가 이어 썼다. 미리 알지 았았더라면 두 사람이 썼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매끄럽게 이어지며 흥미진진하다. 다만, 런던이 구상했던 결말과 로버트가 마무리를 지은 결말이 달라서 런던도 만족스러워 할는지 궁금하다.

나는 이 조직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마지막 행동으로, 조직의 기본 원칙을 무의미하게 만들면서 조직을 이끌어온 룰을 깨고 싶지는 않소. 이는 개인으로서 나의 권리일 뿐, 사회적 이익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오. 나는 죽고 싶지 않소. 만약 일 년 동안 내가 이 죽음을 피할 수 있다면, 아시는 바대로 당신에게서 받은 의뢰는 자동적으로 실행 중지될 것이오. 나는 도망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오. (pp.75~76)


7. 우리의 이름을 기억하라: 미술사가 놓친 위대한 여성 예술가 15인(Broad Strokes: 15 Women Who Made Art and Made History), 브리짓 퀸, 리사 콩던(그림), 박찬원, 아트북스

▷ 1593년~현재, 유럽과 미국

고흐, 고갱, 모네, 샤갈, 로댕 등 이름을 댈 수 있는 예술가는 모두 남성뿐이던 내게 무척 단비 같았던 책. 저자인 브리짓 퀸은 대학 시절 미술사의 주교재였던 H.W.잰슨의 『서양미술사』를 살펴보던 중, 800면이 넘는 이 책에 이름을 올린 여성 예술가는 단 열여섯 명뿐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심지어 여성 예술가의 이름이 처음 등장하는 부분은 500쪽, 17세기 초 이탈리아 바로크 부분에 이르러서였다. 저자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여성 예술가들에 대한 자료를 찾아 다녔고, 이 책에서는 『서양미술사』에 실린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로자 보뇌르, 리 크래스너에 유딧 레이스터르, 아델라이드 라비르귀아르, 마리 드니즈 빌레르, 에드모니아 루이스, 파울라 모데르존베커, 버네사 벨, 앨리스 닐, 루이즈 부르주아, 루스 아사와, 아나 멘디에타, 카라 워커, 수전 오말리를 더해 총 열다섯 명의 예술가를 소개해 준다. 그녀들의 삶과 가치관, 작품관 등을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풀어주어 기존의 딱딱한 미술사 책과 달리 술술 읽었다. 물론 남성 중심적인 역사 속에서 그들에게 벌어진 슬프고 화나는 내용도 있어서 얼마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가운데 작품도 훌륭한 화질로 적재적소에 실려 있어서 예술가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마침 얼마 전 방문했던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만난 낯익은 그림도 있어 아주 반가웠던 한편 내 무지함에 통탄했다. 심지어 로자 보뇌르의 「니베르네에서의 밭갈이」앞에서는 소가 반가워서 한참을 머물러 있었는데….
버지니아 울프는 "대체로 역사 속 익명은 여성들이었다"라고 했다. 역사의 절반은 여성의 몫이거늘 각 분야마다 쉬 떠오르는 이름은 많지 않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밤쉘』의 주인공, 헤디 라마도 아름다운 배우로서 유명했을 뿐 와이파이 기술에 혁혁한 공을 세운 천재 과학자였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다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나 역시 이 책 덕분에 그 동안 관심을 덜 두었던 역사 속 숨겨진 여성들에 대해 더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서양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 역시 훌륭한 여성 예술가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여성의) 훌륭한 삶과 훌륭한 작품은 끝이 없다고, 찾아보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고. 그리고 우리 스스로 창조도 해야 한다고. 뭐든 시작해야겠다.

모데르존베커가 첫 누드 자화상을 그렸던 서른 살 무렵은 야심차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어느덧 10년가량 미술과 씨름하던 시점이었다. 나는 스물두 살 때, 그녀가 내 나이즈음이었던 1897년에 쓴 글을 읽었다. "큰 거리를 걷노라면, 사람들 무리가 지나갈 때면, 내 안의 무언가가 외친다. 내 앞의 이 아름다움은, 당신들 어느 누구도, 아무도, 아무도 갖지 못한 아름다움이라고." 이 글을 읽었을 무렵 나는 뉴욕과, 글을 쓰겠다는 생각과 사랑에 빠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학술적인 글쓰기 외에는 한 것이 없는 상태였다. (p.145)



※ ∪: J와 함께 읽은 책(MAGNET), 水: 격주 수요일 책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눈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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