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노든(Snowden)>의 한 장면, 글렌 그린왈드 역을 맡은 재커리 퀸토.

출처 : IMDB




분노로 뒤덮였던 연말, 몇 안 되는 좋은 소식은 올리버 스톤 감독의  『스노든(Snowden, 2016)[각주:1]』을 한국에서도 개봉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번역은 요즘 영화판에서 가장 믿음직스럽다는 황석희 님이 맡으신단다. 개봉할 지조차 썩 기대하지 않았는데 횡재한 기분었이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개봉 날짜가 몇 주 뒤로 밀리고 말았다. (2월 9일) 아무래도 설 연휴 특수를 노린 국내 대형 영화들 때문에 상영관을 잡지 못해서가 아닐까 짐작하는데, 개봉했다가 상영관도 제대로 못 잡고 내리느니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렇다 한들 내 마음에 찬물은 끼얹어졌고, 속상함은 쉬 가시지 않는다. 게다가 영화관에 비치된 리플릿에는 재커리 퀸토(Zachary Quinto)의 이름이 재쿼리 퀸토라고 인쇄되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주연 배우인데 이 근본 없는 오타는 당최 뭐람. 송고 전에 확인도 안 하나. 개봉일 바꾼 리플릿을 재인쇄할 예정이라면 오타도 고쳐 주면 좋겠다.

영화 『스노든』에서 재커리는 에드워드 스노든(조셉 고든-래빗)이 미국가안보국의 무차별 감시를 폭로할 당시 이를 도왔던 기자 글렌 글린왈드 역을 맡았다.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는 글렌 글린왈드가 당시 상황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재커리가 글렌 글린왈드 역을 맡았다고 해서 글렌 그린왈드가 쓴 이 책을 꼭 읽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인물과 사건의 사전조사를 위해 읽지 않았을까, 내 멋대로 추측할 뿐. 그런데도 <재커리의 책장>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재커리 덕분에 내가 그 책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이다. 전세계에 충격을 준 엄청난 사건이긴 했으나 아무래도 바다 건너 일이다 보니 겉핧기로만 알았었는데, 재작년 재커리가 글렌 그린왈드 역을 맡는다고 하자마자 정확히 무엇을 고발한 건지, 그 사건에서 글렌 그린왈드의 역할은 뭐였는지 몹시 궁금해졌다. 재커리가 홍콩으로, 뮌헨으로 현지 촬영을 도는 동안 나는 책을 읽었다. 괜찮은 선택이었고, 이번이 세 번째 독서인데 일이 벌어졌던 그때 스물아홉이었던 스노든은 비슷한 또래인 내게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큰 자극을 준다.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는 스노든이 기자인 글랜 그린왈드에게 접근하는 과정, 홍콩에서의 첫 대면, 왜 이 일을 시작했는가, 홍콩에 머물면서 계획대로 기사를 쓰고 인터뷰 동영상을 촬영하는 과정 등에 대해 다루었다. 실제 상황이지만 마치 첩보 영화 한 편을 방불케 한 이 책은 예상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권력을 거머쥔 사람들이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대중을 손에 넣고 쥐락펴락하려 하는지 훔쳐보는 느낌이었다. 권력을 가져 봤어야 그 마음을 확실히 알 텐데. 그때나 지금이나 親오바마이기는 하나, 어느 정권이든 절대선(善)은 없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감시 체제는 단연코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1984』나 『멋진 신세계』의 현실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작년에 개봉했던 스노든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시티즌포(Citizenfour)[각주:2]』를 보면 신용카드 한 장만 있어도 모든 일상과 연계되기 때문에 어디서 무엇을 샀는지 언제 어디를 갔는지 파악할 수 있고, 표적이 되면 그대로 일상이 재연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실제로 교통카드로 사용 중인 신용카드의 교통비 내역을 조회하면 승하차시간, 몇 번 버스를 탔는지 어느 정거장을 이용했는지 다 나온다. 그렇다고 교통카드를 쓰지 않을 수도 없으니, 편리한 만큼 무서운 세상이다. 거리 곳곳에 매달려 있는 씨씨티비나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블랙박스도 마찬가지다. 파란색 불빛이 썩 반갑지 않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요긴한 장치라고는 하나 벌어지지 않은 상황 때문에 늘 느껴야 하는 께름칙함은 내 정신 건강에 좋지 못하다. 게다가 이렇게 모은 정보를 누가 어디서 어떻게 이용할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한편 날이 선 사람이 많고 혐오로 인한 무차별 폭력이 만연하는 세상이다 보니, 뭐가 더 나은 건지는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스노든은 사람들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들로 꽉 찬 인생을 포기하고 감시 체제에 대한 고발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유일한 상황은 제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겁니다.(p.82)"라고 말했다. 글렌은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은밀하게 일하는 소수의 엘리트가 아니라 다수의 일반인이다.(p.330)"라고 말한다. 작년 늦가을 한창 촛불 시위에 참석했을 때 되새겼던 말들이다. 촛불이 모여 한걸음 진척되었지만 여전히 진실은 묻혀 있고 갈길은 멀다. "우리는 비밀 유지가 권력 남용의 핵심이고, 권력 남용을 실행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투명성이야말로 유일하게 제대로 된 방어 수단이다.(p.25), 투명성은 공무를 처리하고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에게 필요하다.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p.270)" 언론을 통제하고 우리를 감시할 생각만 하지 말고, 투명해야 할 것은 확실히 투명하게 공개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1

2




  1. <p><span class="imageblock" style="display:inline-block;width:450px;;height:auto;max-width:100%"><img srcset="//img1.daumcdn.net/thumb/R1920x0/?fname=http%3A%2F%2Fcfile24.uf.tistory.com%2Fimage%2F23341B415886E67C1B6E55 1920w, //img1.daumcdn.net/thumb/R960x0/?fname=http%3A%2F%2Fcfile24.uf.tistory.com%2Fimage%2F23341B415886E67C1B6E55 960w, //img1.daumcdn.net/thumb/R720x0/?fname=http%3A%2F%2Fcfile24.uf.tistory.com%2Fimage%2F23341B415886E67C1B6E55 720w, //img1.daumcdn.net/thumb/R640x0.q70/?fname=http%3A%2F%2Fcfile24.uf.tistory.com%2Fimage%2F23341B415886E67C1B6E55 640w, //img1.daumcdn.net/thumb/R480x0.q70/?fname=http%3A%2F%2Fcfile24.uf.tistory.com%2Fimage%2F23341B415886E67C1B6E55 480w" src="http://cfile24.uf.tistory.com/image/23341B415886E67C1B6E55" style="max-width:100%;height:auto" width="450" height="599" filename="MV5BYTQ1NzBkMTMtNGJiOS00NDAzLWE4YmQtZjEyMmVhYjc3YzgwXkEyXkFqcGdeQXVyNDkzNTM2ODg@._V1_.jpg" filemime="image/jpeg"/></span></p> [본문으로]
  2. <p style="text-align: left; clear: none; float: none;"><span class="imageblock" style="display:inline-block;width:450px;;height:auto;max-width:100%"><img srcset="//img1.daumcdn.net/thumb/R1920x0/?fname=http%3A%2F%2Fcfile10.uf.tistory.com%2Fimage%2F226BC046588FECBB0D663C 1920w, //img1.daumcdn.net/thumb/R960x0/?fname=http%3A%2F%2Fcfile10.uf.tistory.com%2Fimage%2F226BC046588FECBB0D663C 960w, //img1.daumcdn.net/thumb/R720x0/?fname=http%3A%2F%2Fcfile10.uf.tistory.com%2Fimage%2F226BC046588FECBB0D663C 720w, //img1.daumcdn.net/thumb/R640x0.q70/?fname=http%3A%2F%2Fcfile10.uf.tistory.com%2Fimage%2F226BC046588FECBB0D663C 640w, //img1.daumcdn.net/thumb/R480x0.q70/?fname=http%3A%2F%2Fcfile10.uf.tistory.com%2Fimage%2F226BC046588FECBB0D663C 480w" src="http://cfile10.uf.tistory.com/image/226BC046588FECBB0D663C" style="max-width:100%;height:auto" width="450" height="661" filename="citizenfour.jpg" filemime="image/jpeg"/></span></p> [본문으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