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5 - 001 크리스 파인의 책장 - 깡패단의 방문(제니퍼 이건)


 2015년 1월 24일, 딜런의 캔디바(Dylan's candy bar) LA지점에서 열린 '찰리와 초콜릿 공장' 5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서 책을 읽어 주는 중인 존

사진 출처 : 존조넷




날이 춥다. 매일 같이 뜨끈하게 끓인 핫초콜릿을 한 잔씩 마시며 몸을 녹인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침, 간식시간, 점심, 간식시간, 저녁, 야참시간 초콜렛 한두 알씩 입에 넣어 마음을 달랜다. 해도해도 줄지 않는 일거리, 답답해서 읽기만 해도 속이 묵직해지는 정치경제면 기사들, 생각지도 못한 최악의 사건으로 사회면에서 만난 지인, 인생의 위로인 덕질의 떡밥 가뭄 등 심란하고 피곤한 일투성이인 요즘 읽기 시작한 장편소설도 눈에 잘 안 들어오기에 뭔가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 없을까 하고 책장을 위아래로 훑다가 로얄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눈이 마주쳤다.

로얄드 달 작품 중 특히 좋아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작년 1월 로스엔젤레스의 유명한 사탕가게에서 열린 『찰리와 초콜릿 공장』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존 조(John Cho)가 읽어주기도 했다. 낭독회 같긴 한데 전문인지 일부인지는 모르겠다. 당시 존 외에 배우 맥스 그린필드(Max Greenfield)[각주:1], 엘리자베스 롬(Elisabeth Rohm)[각주:2], 가수 메간 니콜(Megan Nicole)[각주:3] 등이 참석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영상이 안 보인다. 존이 읽어주는 거 듣고 싶어서 유투브 뒤지다가 울 뻔했다. 이럴 땐 뭐든 기록으로 남는 아이돌 팬들이 참 부럽다. 아, 참고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오디오북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올린 뮤지컬에서 윌리 웡카 역을 맡기도 한 배우 더글라스 호지(Douglas Hodge)[각주:4]가 읽었다. 그 분 역시 목소리가 끝내준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골든 티켓으로 선택 받은 다섯 아이 아우구스투스 굴룹, 버루카 솔트, 바이올렛 뷰리가드, 마이크 티비, 찰리 버킷이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 초대 받아 그 안에서 벌어지는 판타지이다.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은 초콜릿 강이 흐르고 초콜릿 폭포가 떨어지는 초콜릿 방, 설탕으로 만든 요트, 아무리 빨아도 작아지지 않는 왕사탕, 식사 대용이 될 껌, 추운 날씨에 먹는 따끈한 아이스크림, 초코 우유를 짜는 젖소, 호두감별사 다람쥐 등 놀라운 것들로 가득 찬 공간이다. 이곳을 견학하면서 온종일 엄청나게 먹기만 하는 아우구수투스, 갖고 싶은 물건은 아빠를 졸라서 반드시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버루카, 껌과 상에 집착하는 바이올렛, 텔레비전과 텔레비전게임에 중독된 마이크는 집에서 하던 습관을 버리지 못해 윌리 웡카의 혹독한 응징을 받는다. 물론 아이의 행동에는 부모의 역할이 더할 나위 없이 큰 탓에 응징의 대상이 아이만이 아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공장에서 일하는 움파룸파 족이 등장해 해당 아이에 대한 노래를 부른다. 가사만 읽으니 좀 심심한 느낌이 들어서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한 영화 OST를 들었다. 어깨가 들썩들썩 신이 난다.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지만 소설 속 찰리 역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의 가장 성공한 버전 같은 느낌이 들어서 결말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누구 하나 정답이 아닌 다섯 아이를 쓱 보고 있노라면 역시 육아는 겁이 난다. 아무리 정답이 없다지만 나 자신도 못 미더운데 누굴 책임진다는 말인가. '만약 내가……'를 상상해 보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부모들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찰 자격이 나한테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존이 "저는 한동안 일을 했고 잠시 쉬면서 아이와 집에 있을 거예요. 출산 휴가를 떠나는 거죠. 곧 태어날 아이 생각에 엄청 들떠 있어요. 제게 건네질 작은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서 그 아이의 삶을 책임질 생각을 하면 몹시 두렵기도 하지만요."라고 말한지도 벌써 8년이 지났다. 첫아이가 태어난 뒤 항상 노래를 불러줬다는 존은 두 아이에게 어떤 아빠일까.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투명인간이 되어 집에 쳐들어가지는 못할 노릇이고, 작품 안에서라도 아빠 역할을 맡은 모습을 보고 싶다. 내가 본 작품 중에 아빠라는 정체성을 가진 역할은 '스타트렉:비욘드'의 술루[각주:5]뿐이다. 아직 보지 못한 작품 중에서도 딱히 생각나는 배역이 없다. 영화, 드라마 뭐든 좋으니 긴장감 넘치는 가정 스릴러 같은 거 한 편 찍으면 참 좋겠다. 물론 아빠 역할은 존이다. '스타트렉:비욘드'는 짧아도 너무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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