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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1』 / 김훈 지음 /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남한산성을 읽고 난 후 시간 날 때마다 한 챕터씩 천천히 읽던 책이었다. 여러 책을 곁에 두고 읽는 습관이 있는 터라 매일 읽지는 못 했는데 얼마 전 문경과 단양으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나도 여행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연휴 동안 집중해서 다 읽었다. 몸의 피로도 풀 겸 반신욕을 하면서 읽었는데 양장본인데다가 표지가 물에 젖지 않는 재질이어서 욕조 안에서 읽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읽는 내내 조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김훈의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100번은 읽어야 그 발끝에라도 따라가지 않겠냐는 좌절감도 생겼지만 말이다. 
 
  『자전거 여행』은 제목 그대로 자전거 여행기이다.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풍륜(風輪)’이라는 이름의 자전거를 저어가며 우리나라 곳곳을 순례한 저자가 발견한 우리 땅의 풍광과 이웃의 정을 담담한 우리글로 그린다.  거기에 저자의 생각과 감상이 자연의 법칙과 함께 절묘하게 녹아들어 있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구름처럼 평온한 글에 몸을 맡긴다. 머리 속 자전거를 타고 나도 함께 달려가는 그 길에는 안면도나 안동, 문경처럼 낯익은 곳도 있는가 하면 여수에 있는 돌산도 향일암이나 도마령 조동 마을, 정호승 시인의 시 「그리운 부석사」로 유명한 부석사처럼 실제로 꼭 가보고 싶었던 곳도 많다.  

  특히 아직은 먼 혹은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지만 내가 언젠가 아이를 낳게 되면 김용택 시인이 있다는 마암 분교에 가서 아이의 유년 시절을 보내게 해도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도 했다. 책에는 시골만의 따뜻함과 사람냄새가 그윽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사는 아이들은 굳이 뒤치다꺼리 하지 않아도 절로 자랄 듯하다. 나는 아마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 집을 짓고 살던 느낌을 체험하게 되겠지? 서울에서 태어나 잠깐 잠깐의 여행을 제외하고는 대도시를 떠나본 적 없는 나는 며칠만 지나도 서울에 대한 노스탤지어로 힘들어 할 듯하지만 공상은 즐겁다. 


   소설가라는 이름보다 자전거 레이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저자처럼 자전거를 타고 방방곡곡 찾아가기는 힘들겠지만 언젠가 꼭 한번씩 발을 디뎌 우리 나라의 아름다움을 일모하리라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자전거 타며 누리는 행복은 집 근처 안양천과 한강에서 즐겨야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세상의 길들을 조금이라도 맛보고 싶다.


자전거 여행 1 (양장)
국내도서>여행
저자 : 김훈
출판 : 생각의나무 200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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