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데츠키 행진곡> 요제프 로트, 황종민, 창비



'할아버지 - 아버지 - 아들', 3대에 걸친 세대의 변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닥친 시대의 변화



이 묘비, 잊힌 명성, 초상화 말고는 고인은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 봄에 농부가 밭두렁을 걸으며 발자국을 내더라도, 나중에 여름이 되면 이 발자국이 농부가 뿌린 씨에서 자라난 밀들로 뒤덮이는 것과 비슷했다. (p.32)


오늘날에는 황제조차도 제국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습니다. 신조차 세계에 대한 책임을 떠맡을 수 없는 듯 보입니다. 당시에는 그게 쉬웠지요! 모든 것이 안정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돌이 제자리에 있었지요. 인생길은 탄탄하게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집 벽에 지붕이 튼튼하게 얹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군수님, 오늘날에는 길에 돌멩이들이 제멋대로 굴러다니거나 아슬아슬하게 쌓여 있고, 지붕에 구멍이 나서 집에 비가 샙니다. 때문에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어떤 집에 들어가야 할지, 저마다 알아서 해야 합니다. 군수님 선친께서 군수님은 농장주가 되지 말고 관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잘한 일이었습니다. 당신은 모범적 관료가 됐으니까요. 하지만 군수님이 아드님께 군인이 되라고 말한다면 이는 잘하는 일이 아닙니다. 아드님은 모범적 군인이 아니니까요. (중략)

때문에 우리는 누구나 하고 싶은 대로 알아서 하도록 놔두어야 합니다. 제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저는 품위라도 지키려고 애를 씁니다.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잘 때 가끔 내려다봅니다. 그러면 아이들의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매우 낯설어 보입니다. 아이들은 제가 체험하지 못할 앞으로 닥칠 시대에서 온 낯선 사람들이란 것을 깨닫습니다. 제 아이들은 아직 매우 어립니다! 한 아이는 여덟살이고, 다른 아이는 열살입니다. 잠든 얼굴은 둥글고 발그레합니다. 하지만 잠잘 때 이 얼굴들에 엄청난 잔임함이 배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겪을 시대의 잔혹함이, 미래의 잔혹함이, 잠자는 동안 아이들에게 스며드는 듯한 생각이 가끔 듭니다. 저는 그 시대를 체험하고 싶지 않습니다. (pp.35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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