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


  김영하의 『퀴즈쇼』를 읽었다. 『검은 꽃』을 사러 갔다가 이 책 저 책 살펴보는데 책 뒷 표지에 쓰여 있던 작가의 말이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 잡는 바람에 함께 들고 책이다.

<이 소설을 쓰는 내내 이십대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 가장 아름다운 자들이 가장 불행하다는 역설. 그들은 비극을 살면서도 희극인 줄 알고 희극을 연기하면서도 비극이라고 믿는다. 이십대 혹은 이십대적 삶에 대한 내 연민이 이 소설을 시작하게 된 최초의 동기라면 동기였다. 지금 이십대 젊은이들에게 '너희들은 외롭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

  친구나 애인이 있어도 불안한 인생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던 요즘 김영하의 글로 위로받고 싶었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80년대 생이다. 작가가 이 책을 2007년 발표했으니 아마도 글이 쓰여지던 당시 나이라면 지금의 내 또래였을 터였다. 단지 시대적인 차이가 있다면 나는 '서태지 세대'가 아니라 'H.O.T.세대' 라는 점 정도일까. 그래서인지 생각도 해야 하고 몰랐던 역사적 지식도 찾아봐야 하는 『검은 꽃』보다 술술 읽혔다. 인터넷을 통해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장래를 고민하다가 현실 도피를 생각하는 바로 나와 내 친구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또한 작가가 소설 곳곳에 준비해 놓은 무한도전이니 아디다스cf니 하는 작은 소품들도 한 몫 했다. 안정효 씨가 저서  『글쓰기 만보』에서 '장편소설의 마지막 두 쪽에 담긴 거짓말을 독자들로 하여금 믿도록 설득하기 위해 나는 3백이나 4백 쪽에 걸쳐 진실만을 얘기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고 말했는데, 퀴즈쇼를 읽으면서 이 말이 이런 의미였구나 하고 확 깨달았다. 게다가 라디오 등 다른 매체를 통해 작가가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는 사실은 익히 알았지만, 주옥 같은 노래가 무척 많이 등장하여 찾아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예전부터 무척 좋아했던 노래 Muse의 'Unintended'가 민수와 지원을 잇는 역할을 해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 독서가 한층 풍요로워진 듯한 느낌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주인공 '민수'의 두 여자다. 두 여자는 고학력이면서도 취직도 못한 채 헤매는 주인공 민수를 두 개의 상반된 관점에서 바라보는데, 민수와 오십보백보 상황에 놓여 있는 나로서는 빛나의 말에 마음이 뜨끔하기도 했고, 지원의 말에 용기를 얻기도 했다.

  "오빠는 이러니 저러니 멋진 말로 포장하려고 하지만 실은 그냥 놀고 싶은 거야. 세상의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서 유유자적하며 살려는 거지. 안 그래?"  By. 빛나

  "아빠가 그러는 거야. 나이 들어 주변을 돌아보니까 계산 빠르고 실속 잘 챙기던 인간들은 다 별 볼 일없는 놈들이 돼 있고 철없는 몽상가들이 큰 인물이 돼 있더라는 거야." By. 지원

  524p에 걸친 민수의 이야기는 해피인지 아닌지 독자의 판단에 맡기며 애매모호하게 끝났지만, 작가가 이 글을 통해서 우리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도 조금은 감이 잡힐 듯 하다.  책을 읽는 동안 지원 뿐 아니라 곰보빵 할아버지 등 다양한 등장인물 덕분에 내 인생과 현재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복잡한 생각은 엉킨 실처럼  내 머릿속을 휘젓지만 굴하지 않고 '잘될 거야, 다 잘될 거야' 하고 주문을 외우며 오늘도 내가 선택한 길을 가기 위해 힘차게 전진해야지.

퀴즈쇼를 통해 다시 한 번 내게 던져진 인생이라는 퀴즈를 생각하고 있자니 얼마 전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타케히코(井上丈彦) 씨의 트위터에 올라온 글귀가 생각나서 덧붙여 본다.

「汚れた道を進むきれいな 魂。濁った川を泳ぐ澄んだ魂。そうであってほしい。」
"더러운 길을 걷는 깨끗한 영혼. 탁한 강을 헤엄치는 맑은 영혼으로 살고 싶다"

그 글귀를 본 한 팬이 질문을 했다.


「先生、そうであるためには…そう、ありつづけるには …どうすれば良いのでしょうか?」

"선생님, 그렇게 살려면, 그렇게 계속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이노우에 다케히코 씨의 답은 이랬다.


「その問いこそが人生そのものなのではないかとおもいました。あとんす。」

"그 물음이야말로 인생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퀴즈쇼
국내도서>소설
저자 : 김영하
출판 : 문학동네 20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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