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창비



   책모임에서 함께 나누기로 하여 오랜만에 한강 작가의 책을 손에 들었다. 『그대의 차가운 손』이후에 두 번째로 만나는 작품이다. 『그대의 차가운 손』을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채식주의자』도 기대가 컸다. 연작소설집인 『채식주의자』는 표제작인 「채식주의자」,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몽고반점」, 「나무불꽃」 이렇게 세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채식주의자」는 영혜 남편인 평범한 회사원 '나'의 시선으로, 「몽고반점」은 인혜의 남편이자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 아티스트 '나'의 시선으로, 「나무 불꽃」은 영혜의 병수발을 혼자 들어야 하는 언니 인혜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중심에는 어느 날 갑자기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 때문에 고기를 멀리하기 시작한 채식주의자 영혜가 있다.


   주인공 영혜의 감정선을 좇아가는 게 조금 버겁기는 했지만 흡인력이 있어서 책 자체는 무척 수월하게 읽었다. 한 시간 남짓한 동안에 다 읽어서 나와 한강 작가, 굉장히 잘 맞는구나 감탄하기도 할 정도였다. 그랬는데 모인 사람들 다 읽기는 엄청 빨리 읽었다고, 이해가 안 되서 문제지, 라고 하셨다. (……) 아무튼 나는 꽤나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이제 겨우 두 작품째지만 한강 작가의 소설에 나오는 '탐미적 성향'은 몰래 훔치고 싶은 마력이다.


   여전히 영혜가 왜 갑자기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알쏭하다. 어린 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아버지가 잔인하게 죽인 기억 때문인 건 알겠는데 그건 몇 십 년 간 봉인되었던 기억 아니던가. 그 계기에 대해서 영혜가 '나'가 되어 이야기해 주 는  외전격 작품이 하나 더 있었으면 하는 건 독자의 소소한 바람. 


  아무도 영혜를 이해하려고 시도하지 않는 가족들, 개중에서도 평범에서 벗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삶에서 가차없이 떨어뜨린 남편을 보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꽤나 재미나게 읽었다. 흥미진진하면서도 처절하고 무거워서 한강 작가의 소설을 자주 읽기는 힘이 들지만 드문드문 한 작품씩 곁에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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